
내일의 나를 돕는 가장 쉬운 방법, 저녁 10분
하루가 끝날 즈음, 집안은 조용해지지만 워킹맘의 머릿속은 여전히 분주합니다. ‘내일 뭐 입지? 아이 도시락은? 아침 뭐 먹지?’ 같은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일찍 자고 싶지만 침대에 누워도 금세 잠들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끝나지 않은 정리감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하루를 끝내기 전 10분, 내일을 위한 살림 예행연습을 합니다. 예행연습이라 하면 거창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단순한 생활 정돈입니다. 예를 들어 식탁 위를 닦고 아이 물통을 씻어두고, 아침에 먹을 계란을 꺼내 냉장고 앞 칸으로 옮기거나, 다음 날 입을 옷을 바구니에 미리 챙겨두는 정도의 일들입니다. 이렇게 단순한 행동만으로도 아침의 무게가 확 줄어듭니다.
이 루틴을 확보하려면 저녁 루틴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끼워 넣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아이를 재운 직후, 핸드폰을 보기 전. 바로 그 시간입니다. 딱 10분만 나를 위한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활용해보세요.
조용하고 외부 방해가 적은 이 시간은 오히려 아침보다 집중도가 높습니다. 조명이 어둑한 주방을 천천히 정리하면서 마음도 함께 가라앉고, 집이 고요해지듯 내 마음도 잔잔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내일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오늘의 작은 준비입니다. 내일의 ‘나’를 도와주는 이 저녁 10분이야말로, 워킹맘이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물입니다.
집안일을 끝내는 게 아니라, 다음 날이 시작되는 문을 여는 일
‘살림을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밤을 보내면, 끝없는 할 일 목록에 스스로를 지치게 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관점을 바꾸어 보세요. 지금 하는 작은 정돈은 ‘끝’이 아니라 ‘내일의 시작’입니다.
예를 들어, 식기세척기 돌리기를 저녁 10분 루틴의 일부로 넣는다면, 다음 날 아침 깨끗한 그릇으로 시작할 수 있죠. 마른 행주를 개어 두거나, 우유팩을 버리는 것 같은 아주 사소한 일들도 ‘내일의 혼란’을 줄여주는 장치가 됩니다.
특히 워킹맘에게 아침은 전쟁과도 같습니다. 10분이 모자라 아침부터 허둥대고 나가야 할 때의 그 피로감은 하루 종일 이어지기도 하죠. 그래서 이 루틴을 저는 ‘살림 예행연습’이라 부릅니다. 내일의 상황을 상상해 보고, 예상되는 문제를 미리 풀어두는 작은 전략들.
저녁 10분 동안 준비하는 것들 리스트:
- 도시락통, 물통 씻어 놓기
- 다음날 아이 옷 미리 정리
- 아침 식사 재료 꺼내 정리 (빵, 계란 등)
- 식기세척기 돌리기 or 정리
- 쓰레기 분리수거 or 봉투만 준비해두기
- 가방/유치원 가방 미리 문 옆에 두기
이런 사소한 준비는 단순히 ‘정리를 했다’는 행위보다 훨씬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아침의 예민함을 줄이고, 마음의 여유를 확보하는 데 이 10분은 절대적입니다. 이 시간을 활용하면, ‘내일도 잘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오늘 저녁, 집안일을 끝낸다는 마음이 아니라 ‘내일을 여는 문을 닫기 전 준비하는 마음’으로 루틴을 시도해보세요. 전혀 다른 감정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가족과 함께 나누는 저녁 루틴, 책임보다는 분위기로 시작하세요
저녁 10분 루틴은 꼭 혼자 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가족과 함께하면 훨씬 부드럽고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어릴수록 엄마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저녁 정리를 함께하는 문화 만들기에 이 시간은 아주 적기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집은 아이에게 ‘장난감 정리 끝나면 내일이 더 재밌어져’라는 말을 자주 해요. 반복해서 말하다 보니 아이는 정리가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놀이의 마무리라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남편 역시 잠들기 전 식탁을 닦거나 쓰레기 봉투를 미리 챙기는 일을 맡고 있어요. 중요한 건 ‘정해진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기분 좋게 마무리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10분만 같이 해볼까?” 또는 “아침에 엄마가 덜 힘들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같은 말은 아이도 남편도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하면서,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힘이 있습니다.
저녁 10분 루틴은 살림이 아니라 감정의 정리 루틴이기도 합니다. 온종일 각자의 자리에서 애쓴 가족이 함께 모여 짧은 시간을 공유하고, 마음을 천천히 닫아가는 과정이죠.
정돈된 거실, 접힌 담요, 물기 없는 싱크대. 그런 소소한 장면들이 하나 둘 쌓이면, 그것이 바로 우리 가족의 삶의 질을 조금씩 끌어올리는 실천이 됩니다.
매일 저녁, 짧지만 진심을 담은 루틴을 가족과 함께 시도해보세요. 정리가 아니라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하는 예행연습. 그것이 결국, 내일의 시작을 훨씬 더 부드럽고 평화롭게 만들어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