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안일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워킹맘의 하루는 분 단위로 쪼개져 있습니다. 아침 7시부터 시작되는 분주한 루틴, 아이들 아침밥과 등원 준비, 자신도 출근 준비를 하며 하루가 시작되지요. 퇴근 후 다시 아이들 저녁식사, 목욕, 다음 날 준비까지 숨 돌릴 틈이 없습니다. 이런 바쁜 일상 속에서 집안일은 언제 끝낼 수 있을까요? 많은 워킹맘들이 “집안일은 계속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맞는 말이지만, 그 말 속엔 함정도 있습니다. 집안일을 끝내려면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흔히 집안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히 끝내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청소기를 돌리다가 구석의 먼지를 보고 창문 청소까지 하고, 싱크대를 정리하다가 냉장고 정리까지 나아갑니다. 집안일은 늘 파생적으로 이어지고, 그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바로 이 점입니다. 결국,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집안일의 경계가 불분명해서 시간 통제가 어렵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10분 루틴은 이러한 악순환을 끊는 데 효과적인 방식입니다. 시간의 틀을 먼저 정해놓고, 그 안에서 가능한 일을 정하는 방식. 예를 들어 “오늘은 10분 동안 싱크대 주변만 정리한다”는 식으로 작업 범위를 작게 잡는다면, 훨씬 더 빠르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간은 동일하지만, 결과는 훨씬 다르게 나타납니다. 워킹맘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쓴다는 건,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방식’을 찾는 것입니다.
10분 루틴, 그 마법 같은 실천법
‘10분 루틴’은 단순히 시간만 정해놓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습관화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단위입니다. 과학적으로도 인간의 집중력은 보통 10~15분 단위로 몰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짧지만 집중된 시간 안에 반복되는 행동을 넣으면 뇌는 그것을 ‘매일 해야 하는 일’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매일 아침 출근 전에 식기세척기 정리, 저녁마다 거실 테이블 정리하기처럼 말이죠.
저 역시 처음엔 10분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1주일만 실천해도 변화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저녁마다 ‘주방 리셋 루틴’을 10분 정해두면 설거지, 싱크대 물기 제거, 조리대 닦기까지 단계를 자동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이때 중요한 건, '딱 10분만 한다'는 자기와의 약속입니다. 그 안에 끝내지 못하더라도, 루틴을 멈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부담 없이 다음 날도 계속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하루 종일 집이 엉망인 상태로 방치되면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로 돌아옵니다. 반면 10분 루틴은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오늘도 잘했다”는 기분 좋은 느낌을 남겨줍니다. 이때 아이들을 참여시키면 고사리 같은 손일지라도, 0.5인분정도의 도움을 받을수 있습니다. 짧지만 반복되는 습관은 삶의 틀을 잡아주고, 특히 워킹맘처럼 일정이 고정된 사람이 일정한 리듬을 만드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이 루틴은 단순한 살림 정리법이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까지 주는 생활 기술입니다.
시간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지키는 일입니다.
워킹맘이 10분 루틴을 만들고 유지하는 진짜 이유는 사실 살림이 목적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 삶에서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한 작은 저항이자, 감정 회복의 시간입니다. 아이를 챙기고, 업무를 하고, 다시 가정을 돌보는 하루. 그 반복되는 루틴 안에서 내 감정은 쉽게 뒤로 밀려나기 쉽습니다. 하지만 10분 루틴을 통해 정리된 공간은 내 안의 혼란도 함께 정돈하게 해줍니다. 시각적인 안정은 정서적 안정으로 이어지죠.
특히 하루 중 단 10분이라도 ‘내가 정한 방식’대로 무엇인가를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경험은 워킹맘에게는 매우 큰 자기효능감을 줍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거의 없는 워킹맘에게 10분은 오히려 가장 주체적으로 쓸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이 10분이 쌓이면, 하루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내 삶을 조율하고 있다는 감각이 생깁니다.
또한, 이런 루틴은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줍니다. “우리 집은 매일 저녁마다 정리하는 문화가 있어”라는 감각은 아이에게도 자연스럽게 생활습관으로 스며듭니다. 엄마가 억지로 고생하는 게 아니라, 일상처럼 즐겁게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이에게 가장 좋은 살림 교육이기도 하죠.
결국 10분 루틴은 시간을 아끼는 기술이기도 하지만, 감정을 지키고 나를 돌보는 습관이기도 합니다. 워킹맘이라는 이름 아래 매일을 살아내는 우리 모두가, 단 10분으로 더 단단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